Quantcast
Channel: kangsdogs » kangsdogs
Viewing all 606 articles
Browse latest View live

초대형 말코를 사냥하는 노르웨이 개

$
0
0

몸무게가 무려 800kg에 달하는 초대형 사슴이 있다. 800kg이라는 체중은 70kg기준 성인 남성 11명의 체중과 맞먹는 엄청난 거구다. 참고로 소를 도축할 때 500~600kg 정도이니 이 사슴의 덩치는 입이 떡 벌어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말코손바닥사슴의 주된 서식지는 북극권으로 스칸디나비아반도, 시베리아, 몽골 일부와 알래스카 등이다. 그런데 이 사슴을 부르는 명칭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북구권, 러시아, 몽골에서는 엘크라고 부르지만, 미국과 캐나다 같은 북미권에서는 간단하게 무스라고 한다.

 

File:Bull moose growing new antlers and shedding fur.JPG< 사진 촬영에 화가난 무스, 이런 거대 사슴을 사냥하는 것이 노르위전 엘크 하운드다,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미국과 캐나다에서 엘크라고 부르는 사슴은 체중 400kg 내외의 와피티사슴이다. 와피티사슴은 말코손바닥사슴과는 전혀 다른 종으로 외모나 체구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말코손바닥사슴과 와피티사슴은 종분류 체계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두 사슴은 사슴과까지는 같지만 속에서부터 다른 길을 간다. 말코손바닥사슴은 말코손바닥사슴속-말코손바닥사슴종인데 비해, 와피티사슴은 사슴속-와피티사슴종이다.  

 

우리나라 양록농장에서 키우는 엘크도 말코손바닥사슴이 아닌 와피티사슴이다. 소바다 약간 작은 크기인 와피티사슴은 녹용생산량도 엄청나다. 과거 양록농가들이 키웠던 꽃사슴에 보다 열배나 많은 연간 40kg을 생산한다. 

 

< 북미에서 엘크라고 부르는 와피티사슴 >

 

말코손바닥사슴의 주요 서식지인 노르웨이에서는 이 거대 사슴을 사냥하기 위한 사냥개가 있다. 노르웨이의 거대 사슴 엘크 사냥개라는 뜻의 이름인 ‘노르위전 엘크 하운드’(Norweigian Elkhound)는 유럽 최북단 노르웨이의 모진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다. 

 

File:Norwegian Elkhound 1.jpg

 < 노르위전 엘크하운드,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이 개의 이름에 하운드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블러드 하운드 같은 후각형 하운드 계열의 개는 전혀 아니다. 노르위전 엘크하운드의 외모를 보면 알겠지만 이 개는 시베리안 허스키, 피니시 스피츠 같은 북방 스피츠의 피가 흐르고 있다. 

 

노르위전 엘크하운드는 히딩크 감독이 좋아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겨울이 긴 북구의 특성상 이 개는 시베리안 허스키 같이 개썰매를 끌어주는 유용한 교통수단의 역할을 한다. 노르위전 엘크하운드는 극지 유목민의 생존수단인 순록을 치는데도 많은 역할을 한다. 주인과 함께 순록을 몰기도 하며 곰이나 늑대 같은 맹수들로부터 순록을 지키기도 한다. 

 

 < 북극권 유목민들의 생존 수간 순록, 국립생태원에서 촬영 >

 

그런데 여기서 노르위전 엘크하운드의 역할이 끝나지 않는다. 이 개는 이름에 나와 있는데로 사슴을 잡는 사냥개다. 이 개는 그레이 하운드 같이 빠른 발로 거대 사슴을 제압하지는 못한다.

 

대신 노르위전 엘크하운드는 사슴의 흔적을 찾아서 추격하여 주인인 사람이 거대 사슴을 잡을 수 있도록 몰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노르위전 엘크하운드는 일종의 몰이꾼 역할을 하는 것이지 직접 거대 사슴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이 개의 체구는 불과 20kg을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자기 체중의 40배나 되는 거구를 공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노르위전 엘크하운드의 공격성은 다른 사냥개나 썰매개보다 높지 않다고 평가된다. 즉 가정에서 애견, 집을 지키는 번견으로도 적합하며 아이들과도 잘 지내는 개이기도 하다.   


숲을 지키는 늑대의 힘

$
0
0

총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에는 사슴이 많이 살았었다. 하지만 활이나 석궁류 같은 고대 무기에 비해 압도적인 정확성과 살상력을 가진 총기가 발명되고 사냥에 도입된 이후 사슴은 영국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 결과 스코틀랜드인들이 만든 걸작 ‘디어 하운드’ 같은 대형 사슴 사냥개들은 오랜 기간 동안 밥만 축내는 신세가 되고 멸종을 걱정하는 서글픈 처지가 되고 만다.

 

하지만 사슴이 멸종한지 수백여 년만에 새로운 사슴들이 대거 도입되게 된다. 200여년 전 당시 세계의 태반을 무력하여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인들은 해외에서 다양한 종류의 사슴을 수입한다. 그리고 그 외래종 사슴들을 자신들의 자연에 방생해 버린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서식하는 고라니도 영국에 도입된다. 그 결과 지금도 영국 초원에서 고라니는 간혹 목격된다. 영국인들이 이렇게 다양한 사슴들을 방생한 이유는 사냥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귀족들의 기호와 깊은 관계가 있다. 사냥감으로 사냥터에 풀어논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영국 귀족들은 말을 타고 많은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하기를 즐긴다. 우리가 익히 아는 폭스 하운드, 비글, 블러드 하운드 같은 개들도 귀족들의 이런 호사스러운 취미에 맞게 만든 개들이다. 

 

200여년 전 영국에 정착한 사슴들은 최근 그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 면적이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약간 큰 영국에서 사슴 150만 마리는 일종의 재앙이다.

 

과다한 사슴 개체수는 숲과 초원의 초목들을 급격히 황폐화하게 만들수 있다. 이는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의 예에서 알 수 있다. 

 

< 우리를 옮기기 위해 잠시 케이지에 갇힌 늑대. 레이님이 제공한 사진 >

 

영국 야생 사슴의 개체수가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 멧돼지 개체수가 조정되지 않는 것과 거의 흡사하다. 사슴을 잡아먹어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줄 늑대 같은 포식자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사람만이 사슴을 사냥하는 유일한 포식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 아리바바의 마윈 사장은 영국에서 기이한 일을 하였다. 몰이꾼과 헬리콥터까지 동원하여 숫사슴 17마리를 사냥하였다. 중국 갑부가 영국에 와서 요란하게 사슴 사냥을 한 것 자체가 당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사냥을 통해 사람이 인위적으로 사슴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늑대의 잦은 출몰로 인해 양, 소 같은 가축의 피해가 잇따른다고 한다. 일부 프랑스 농민들은 늑대 사냥 허용을 촉구하지만 환경보호론자들은 늑대 사냥 반대를 외치고 있다. 늑대가 멸종되지 않고 활동하는 것 자체를 보면 아직 프랑스의 생태계는 비교적 건강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옐로우 스톤의 예처럼 늑대가 있는 자연생태계는 늑대가 없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활기차다. 사슴 개체수를 조절하는 늑대가 있는 이상 숲은 언제나 파랗고 울창할 수 밖에 없다.  

소형견 크기의 그레이하운드도 있다?

$
0
0

고대 이집트인들은 왕이나 귀족 같은 지체 높은 사람들이 죽으면 미이라로 만들어서 영구보존하였다. 그리고 고인을 위해서 고인이 키우던 개나 고양이도 죽여서 미이라로 만들기도 하였다. 아마도 죽어서도 주인을 모시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과거 중국 황실에서도 황제나 황후가 죽으면 키우던 페키니즈들을 죽여서 부장하였는데, 아마 그런 풍습도 고대 입집트인들이 행했던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 것 같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을 보면 당시 이집트인들이 어떤 종류의 애완동물을 많이 사육했는지 알 수 있다. 고양이를 귀하게 여기던 고대 이집트의 관습을 반영하기라도 한듯 많은 고양이 미이라가 발굴되기도 했다.

 

또한 그레이하운드 계열의 개들도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굴되기도 했다. 특히 그레이하운드의 미니어처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와 비슷한 개의 미이라도 발견되었다.

 

< 친척이 키우는 그레이하운드 >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체구가 3~4kg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내나 좁은 마당에서도 키울 수 있는 견종이다. 물론 질주 본능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매일 꾸준한 운동은 필수적이다.

 

3.5Kg의 체중은 치와와, 요크셔 테리어, 포메라니언보다는 크지만 시추, 페키니즈 보다는 약간 작은 체구라고 보면 된다. 개의 체구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소형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 지인이 201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촬영한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사진 >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경한 견종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이 개가 차지하는 입지는 국내와는 다르다. 30kg이 넘는 대형견인 그레이하운드를 완벽하게 축소시켜 놓은 앙증맞은 외모 때문에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에서 중세시대, 근세시대 귀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날씬하고 댄디한 외모 덕분에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격조 높은 귀부인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개로 유명했다.

  

애완견, 사냥개 등 견종을 구분하지 않고 견종 개량에 각별한 재주가 있는 영국인들은 이집트에서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전역으로 보급된 이 개를 지금과 같이 개량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의 스탠다드를 정립하고 개량 작업을 마무리한 것은 영국에서 하였다고 보면 된다.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19세기 토이 맨체스터 테리어라고도 불리는 잉글리시 토이 테리어의 개량과정에도 참여하게 된다. 참고로 토이 맨체스터 테리어는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3~4kg의 소형견으로 역사가 비교적 오래된 맨체스터 테리어의 미니어쳐견이다.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근육을 가진 개다. 보기에는 연약하게 보이지만 결코 그렇게 약한 개가 아니다. 따라서 이 개는 사냥터에 나가면 훌륭한 조렵견 역할을 확실히 해낸다.

 

사냥 용어중에 사냥감인 새를 공중에 날아오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개를 ’플러셔’(flusher)라고 한다. 날쌘 이탈리언 그레이하운드는 작지만 빠른 몸짓으로 수풀 사이에 숨어 있는 새들을 하늘로 날아가게 만들어 포수가 총으로 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작지만 재빠르고 민첩한 사냥개 그리고 완벽한 가정용 애견 역할도 잘 하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에 대해 우리도 이제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SUV 투아렉과 사냥개 아자와크의 관계는?

$
0
0

정월대보름, 이제는 오곡밥과 나물을 먹는 날 정도로만 여겨진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꽤 비중있는 날이었다. 물론 설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집집마다 음식을 해서 나눠먹었던 날이었다. 그래도 옛 추억이 생각나서 어제 오곡밥을 해주는 집을 일부러 찾아가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일행과 함께 커피숍으로 가서 차 한잔을 하였다.    

 

그런데 커피숍 앞에서 전혀 예상치 못하였던 자동차 한 대를 만났다. 그 유명한 SUV 투아렉(Tuareg). 투아렉은 자동차 매니아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갖고 싶어한다. 

 

국내 수입차 판매 선두권에는 폴크스바겐의 티구안이 늘 한 자리를 잡고 있다. 폴크스바겐측이 성장세가 높은 SUV 시장에서 베스트 셀링카라고 부를 수 있는 티구안과 함께 자사의 매출을 견인해 줄 파트너로 만든 것이 보다 고급 사양인 대형 럭셔리 SUV 투아렉이다.  

 

점심식사를 일행이 커피를 주문하는 동안 한동안 계속 나의 시선은 그 차에게 가있었다. 그런데 그 차의 이름은 왜 투아렉일까? 투아렉은 아프리카 북부 지방에 사는 유목민족의 이름이다. 투아렉은 사하라 사막 인근에 사는 베르베르족의 일파로 현재 국경선 기준으로는 말리 북부,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알제리 남부, 리비아 남부 지역 등 광범위한 곳에서 살고 있다. 

 

투아렉인들은 거친 사막에서도 강인한 생존력을 기반으로 하여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강인함이 네이밍이 필요한 폴크스바겐측의 구미를 당긴 것 같다.

 

참고로 투아렉인들이 사는 곳의 국제 정세는 하나같이 상당히 불안하다. 알제리, 리비아의 정국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하며, 말리는 2013년 내전이 크게 발발하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투아렉인들에게는 독특한 사냥개가 있다.  아자와크(Azawakh)라고 불리는 이 개는 지난 천 여년 이상 투아렉인들과 동고동락을 하였다. 아자와크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순식간에 사냥을 하는 개로 유명하다.

 

File:Azawakh 12 big.jpg< 질주하는 아자와크,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투아렉인들은 아자와크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종류의 개들과는 교배를 붙이지 않고 순수 혈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아자와크의 입장에서보면 투아렉인들의 보수적 입장 덕분에 순수혈통을 천 년 이상 유지한 셈이다. 아자와크라는 이름은 독일어로 ‘바람 사냥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전망인데 언젠가는 아자와크도 새로운 독일 차량의 이름으로 선택되어 전 세계 카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아자와크는 전형적인 시각형 하운드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자와크는 이런 외모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그레이 하운드, 살루키 등과는 혈연적 거리가 있다고 한다. 대신 아자와크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부시 도그’(bush dog)라고 불리는 ‘바센지’와 혈연 관계가 깊다고 한다. 

 

아자와크는 자신들의 주서식지인 말리 북부와 인접한 국가인 모로코의 시각형 하운드인 ‘슬루기’와 외모가 비슷하가. 그래서 일부 애견인들을 이 개를 투아렉 슬루기(Tuareg Sioughi)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자와크는 시속 64km의 빠른 주력을 가진 사냥개다. 초원의 가젤이나 토끼 같은 사냥감도 주력을 이용하여 잡아낼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 아자와크는 다른 시각형 하운드들과는 달리 사냥감을 직접 공격하여 숨통을 끊지는 않는다. 사냥감이 지쳐서 못 뛰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냥개다. 사냥감이 아자와크의 추격으로 더 이상 못뛰게 되면 투아렉 사냥꾼들이 말을 타고 달려와서 사냥감의 숨통을 끊는다. 아자와크는 다른 시각형 하운드와는 달리 혼자 사냥을 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한다. 

 

이렇게 아자와크는 전형적인 시각형 하운드의 사냥법과는 다소 다르다. 이집트가 원산지인 그레이 하운드, 살루키와 아자와크의 혈통이 다르고 키웠던 사람들도 달라서 사냥하는 방법도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자와크는 사냥개 외에도 경비견(watch dog)의 역할도 성실히 수행한다. 경계심이 많은 성격을 가진 아자와크는 집을 지키는 역할 외에도 양, 염소와 같이 투아랙인들의 소중한 가축들도 잘 지킨다. 투아렉인들이 사는 곳은 하이에나, 자칼 같은 포식동물들이 적지 않은 곳으로 가축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목양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아자와크는 사냥개, 경비견(번견), 목양견의 역할을 척척해낸다. 사실 인류의 선조들이 개라는 동물에게 요구하였던 게 바로 이런 멀티 플레이어적 기능이 아니었을까?

짖지 못하는 개가 있다?

$
0
0

바센지(Basenji), 매우 특이한 이름을 가진 개다. 하지만 바센지는 사하라 사막 이남이 고향인 아프리카 개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개다. 아프리카 콩고가 고향인 바센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명하지 않지만 유럽, 미국에서는 비교적 인지도도 높고 매니아층도 보유한 인기 견종이다. 

 

File:Benny-Basenji.jpg< 바센지,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바센지는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 주인과 함께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는데 많은 역할을 한다. 굳이 바센지를 구분해야 한다면 수렵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냥개인 바센지는 비글, 블러드 하운드 같은 후각형 하운드처럼 작은 동물들을 추적하여 사냥한다. 또한 바센지는 리트리버 계열의 회수견처럼 주인이 사냥한 사냥감을 찾아서 회수해 오기도 한다. 

 

그런데 바센지는 다른 개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추적 능력도 가지고 있다. 바센지는 새의 둥지를 찾아내서 알려주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런 여러 특징들을 종합하면 바센지는 수렵견, 조렵견, 회수견의 장점을 두루 가진 멀티 플레이어 사냥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바센지는 주인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표범, 사자, 하이에나 같은 맹수에 대해 대단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맹수들이 주인과 자신이 있는 사냥터 근처로 오면 즉각 위험을 감지하여 주인에게 알려준다. 

 

정말 바센지는 기특한 개가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에는 개코원숭이들이 영양들과 같이 있다가 맹수가 근접해오면 사전에 그 위험을 알려주는데, 바센지가 바로 그런 개코원숭이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바센지의 능력이 이 정도까지 이른다면 바센지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견이라고 할 수 있다.

 

바센지의 선조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바센지의 조상들을 고대 이집트 왕국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찾는다.

 

바센지와 유사한 모습의 개가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 옆에서 조각상 형태로 발견되었다는 것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그 조각상이 지금의 바센지와 같은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나,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도 현재의 바센지와 비슷한 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File:Ramses väg mur.jpg< 바센지,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현재 전 세계에 퍼져있는 바센지들은 1895년 유럽인들에 의해 벨기에령 콩고에서 발견된 개의 후손이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바센지를 ’벨지언 콩고 도그’(Belgian Congo dog)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이렇게 부르는 이들도 있다. 바센지라는 견종 이름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반투어로 ‘야생개’(wild dog)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센지는 20세기 초까지 영국에 몇 차례 도입되었지만 면역력이 약해 개들의 홍역인 디스템버에 걸려 대부분 폐사하였다. 이후 몇 차례의 시도 끝에 1937년 영국에서 처음 바센지 번식에 성공하였다. 그 이후 바센지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에 의해 다용도로 사용된 바센지는 유럽, 아시아에서 개발된 다른 애견들과는 다른 상당히 독특한 특징이 있다.

 

첫째, 바센지는 잘 짖지 않는다. 어떻게 들어보면 약간 신음소리 비슷한 소리를 낸다. 마치 스위스의 요들송 비슷한 소리다.

 

하지만 바센지가 짖지 않는다고 해서 얌전한 성격은 결코 아니다. 바센지는 매우 활동적이고 운동량이 많은 편이다. 리트리버와 비글의 특징을 모두 가진 개가 바센지다.

 

둘째, 바센지는 고양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고양이의 경우, 수시로 자기 몸을 핥고 청결을 유지한다. 그런데 바센지는 고양이 세수라고 불리는 앞발을 이용한 세수도 잘 한다. 그리고 시간 나는데로 수시로 몸을 핥으며 청결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고양이 못지 않게 깔끔한 성격이다.  

 

셋째, 주인에 대한 복종심을 강하지만 다른 개들과 같이 사육할 때는 무리 내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성향이 있다. 즉 다른 개들을 자기 밑에 두고 대장 노릇을 하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견종의 개들과 바센지를 함께 키울려면 바센지의 이런 특징을 반드시 이해하고 키워야 한다. 약간 진돗개와 유사한 성격이다.

 

넷째, 털이 잘 빠지지 않는다. 따라서 바센지는 털 알레르기가 있거나 만감한 분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개이기도 하다.

 

다섯째, 바센지는 모색에서 육백(六白)을 이루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즉 가슴, 네 발목, 꼬리 끝 부분이 흰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센지 강아지를 고를 때 각별히 유의하여야 할 점이다. 

 

여섯째, 바센지의 얼굴을 잘 보면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있다. 처음 바센지를 보는 사람들은 그 주름을 보고 이 개가 깊은 고민이 잠겨있거나 우수에 젖어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바센지는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다.   

 

File:Basenji 600.jpg< 바센지,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이렇게 매력 있고 이국적인 특징을 많이 가진 바센지가 국내에도 많이 보급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애견인들로부터 폭 넓은 사랑을 받고 개는 반드시 짖는다는 선입견도 깨주었으면 좋겠다. 

페니키아인들이 애견인들에게 준 선물은?

$
0
0

고대 지중해를 마치 자기 집 안방처럼 주름잡던 민족이 있었다. 이 해양민족은 뛰어난 항해술과 상술을 가졌었다. 현재 국경선 기준으로 이 해양민족은 레바논을 중심으로 시리아, 이스라엘 일부를 근거지로 활동하였다.

 

그 민족의 이름은 페니키아였다. 페니키아인들이 중동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천년 전부터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본거지인 중동은 물론 그 후 이집트, 모르코, 리비아, 알제리, 튀니지 같은 북부 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사르데냐, 시칠리아, 몰타 같은 지중해의 크고 작은 섬으로도 활발하게 영역을 넓혀나갔다.

 

페니키아인들은 이렇게 지중해 연안 곳곳에 식민도시를 건설하였다. 페니키아인들이 만든 식민도시 중 가장 큰 규모의 도시는 단연 카르타고였다. 로마가 제국으로 성장하기 오래 전 이미 지중해의 제해권을 차지하였던 해양제국 카르타고는 후일 신흥 제국으로 성장중이었던 로마와 세차례에 걸친 포에니전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페니키아인들은 인간의 역사 외에도 개들의 역사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페니키아인들은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교역을 하는 것이 직업이다. 그들은 오늘날 무역이라고 부르는 행위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였다.   

 

그런데 페니키아인들의 교역 품목에는 개들도 있었던 것 같았다. 그들은 특히 이집트 원산 개들을 지중해 연안 도시의 주민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페니키아인들이 공짜로 줬을 가능성과 자신들이 연안도시에 정착하기 위해 일부러 개를 데리고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판매를 하였던, 기부하였던, 정착을 위해 데리고 왔던 간에 이집트 원산의 많은 개들은 페니키아인들의 배를 타고 지중해 곳곳에 보급되게 된다. 그리고 그 개들의 후손들은 그곳에 3천 여년 동안 남아서 독자적인 혈통을 유지하고 있다.

 

페니키아인들의 이런 행동덕분에 많은 애견인들은 현재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견들을 보고 있다. 이제는 역사에서 흔적을 찾기 어려운 민족이지만 인류를 위해 작은 선물 하나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동서고금 그 누구도 많은 개들을 널리 보급한 페니키아인들의 이러한 업적을 기린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특별히 정리해보았다. 그러면 페니키아인들이 퍼트린 애견의 종류는 무엇이 있을까? 상당히 다양한 애견들이 지중해의 연안 지역에 살고 있는데 이들을 견종 하나 하나가 아닌 그룹별로 소개한다. 

 

먼저 이집트가 원산인 시각형 하운드 계열의 개인 파라오 하운드를 들 수 있다. 파라오 하운드의 원산지는 몰타섬으로 이 섬은 과거 페니키아인들의 주요 거점 중 하나였다. 이 외에도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의 지중해에 있는 이바잔섬(스페인령)의 이비썬 하운드와 이탈리아령인 시칠리아섬의 시르네코 델레트나 같은 개들도 파라오 하운드와 조상이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File:Pies faraona e34.jpg

< 몰타섬이 고향인 파라오 하운드,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File:6 month old ibizan hounds.jpg< 스페인 이비잔섬이 원산지인 이비썬 하운드,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File:Cirneco dell Etna 611.jpg

< 시칠리아섬이 원산지인 시르네코 델레트나,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페니키아인들은 이탈리아 반도 동쪽에 있는 아드리아해에서도 활발한 무역활동을 펼쳤다. 이 지역은 대부분 그리스 식민도시가 건설된 곳이지만 노련한 장사꾼인 페니키아인들의 손길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 결과, 구 유고슬라비아연방의 해안에는 페니키아인들이 데리고 온 이집트 원산 사냥개들이 전파되었다. 원래는 단일 혈통이었게지만 현지에서 갸량 작업을 거쳐 이 개들은 세르비안 하운드, 포사박 하운드, 몬테니그런 마운틴 하운드, 세르비안 트라이칼라 하운드로 분화한다.

 

File:SerbianHound.jpg< 세르비안 하운드로 이름이 변경된 발칸 하운드,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페니키아인들은 이집트 원산 사냥개 외에도 다른 곳의 작고 아름다운 애견도 지중해 연안에 전파시켰다. 그들은 중동 지역이 고향이었던 순백의 개를 지중해 무역 거점인 몰타에 내려 놓고 갔다. 물론 몰티즈는 당시 몰타의 주인이었던 페니키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몰티즈는 몰타의 주인이 페니키아에서 로마제국으로 바뀌게 되자, 로마 귀족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몰티즈는 이후 털이 길고 곱슬한 소형견 그룹인 비숑 계열 개들의 개량 작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File:Maltese 600.jpg

< 도그쇼에 출전한 몰티즈,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오죽하면 로마제국 당시 지어진 몰티즈에 대한 헌시까지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전해질까? 몰타섬의 주인이 영국으로 바뀌게 된 후 몰티즈는 영국인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드디어 전 세계인들의 애견으로 성장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페니키아인들이 인류에 남긴 가장 큰 선물과 축복은 작고 하얀 몰티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귀로 사냥하는 사냥개들

$
0
0

스페인과 프랑스의 남부는 지중해가 있는데, 두 나라 사이에는 발레아레스 제도(Islas Baleares)라는 섬들이 있다. 그런데 이 제도는 크게 동서군도로 나눌 수 있다. 동쪽 군도에는 마요르카, 메노르카섬이 있고, 서쪽 군도에는 이비사, 포르멘테라섬이 있다.

 

그런데 발레아레스 제도에 있는 이비사섬의 경우, 비록 지중해에 있지만 기후가 매우 건조하여 연간 강우량이 450mm에 불과하다. 마치 이집트, 리비아 같은 북아프리카의 건조기후대에 속한 나라들과 비숫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이비사섬에는 수천 여년 전 이집트에서 건너온 특이한 사냥개(hound)인 이비썬 하운드(Ibizan hound)가 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냥개들은 시각과 후각을 이용하여 사냥하는데, 이 개는 빼어난 청력을 활용하여 사냥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비썬 하운드의 귀는 체중에 비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사냥감이 내는 매우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File:6 month old ibizan hounds.jpg< 이비썬 하운드,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그런데 이집트가 원산인 개 중에서 뛰어난 청력을 활용하여 사냥하는 개는 이비썬 하운드만 있는 게 아니다.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의 파라오 하운드도 이에 해당된다. 그 외에도 시칠리섬의 시르네코 델레트나, 포르투갈의 포르투기즈 포덴고, 포덴코 카나리오 등도 그런 부류에 해당된다. 

 

File:Pies faraona e34.jpg

< 파라오 하운드,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File:Cirneco dell Etna 611.jpg

< 시칠리아섬이 원선지인 시르네코 델레트나,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이비썬 하운드와 그 친척들은 원래 이집트가 고향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천 여년 전 이집트 고대 벽화 등에는 이런 사냥개의 공통 선조로 추정되는 개들의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냥개들을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곳곳에 섬과 연안에 보급시킨 사람들은 이집트인들이 아니었다. 고대 지중해 제해권을 사실상 장악하였던 페니키아인들로 추정된다. 페니키아인들은 중동이 고향이지만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을 드나들면서 해상무역을 활발히 하였다. 한니발로 유명한 카르타고도 그들이 세운 식민도시이다.

 

페니키아인들은 이비썬 하운드(이비잔섬), 파라오 하운드(몰타섬), 시르네코 델레트나(시칠리아섬) 등을 지중해의 크고 작은 섬에 퍼트리고 다녔다. 그런데 이 섬들은 모두 고대 페니키아인들의 무역 거점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File:Podenco z ibizy 645.jpg

< 이비썬 하운드(브라운/흰색)와 파라오 하운드(단색)의 가장 큰 차이는 색상에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이비썬 하운드는 토끼 같은 작은 사냥감을 잡는데 적합한 사냥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개의 사냥 능력은 수컷에 비해 암컷들이 더 뛰어나다. 그래서 사냥꾼들은 이비썬 하운드들을 데리고 사냥할 때는 암컷들을 무리지어 다닌다. 사자 무리의 경우도 숫사자보다는 암사자의 사냥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이 개도 그런 것 같다.

 

File:Podenco Ibienco.jpg

< 이비썬 하운드(암컷),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이비썬 하운드는 털의 모양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털이 짧고 윤기가 있는 스무스 타입(단모종)과 털이 뻣뻣하고 굵은 와이어 타입이다. 혹자는 장모종 이비썬 하운드도 있다고 주장하며 세 종류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와이어 헤어를 두 갈래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이비썬하 하운드는 닥스훈트와는 달리 스무스 헤어와 와이어 헤어 두 종류 밖에 없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물론 스무스 타입이 가장 대중적이다.

로마제국이 유럽 곳곳에 보급한 개들

$
0
0

유럽은 물론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을 통일한 대제국 로마는 군사력으로 대제국을 만들다. 하지만 로마제국은 무력으로 동서양에 걸친 대제국을 만들었던 몽골제국과는 달랐다. 로마제국의 높은 문화는 주변국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 결과, 로마제국의 흔적은 아직도 서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있다.

 

로마는 원래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하였지만,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후 지중해를 건너서 해양으로 진출하게 된다. 당시 지중해의 제해권을 장악하였던 해양대국 페니키아계 카르타고를 물리친 후 로마는 유럽 대륙, 소아시아로 그 세력권을 팽창시킨다. 

 

로마제국의 세력 팽창은 당연히 로마군의 행진에 의해 실천되어졌다. 그런데 로마군은 원정을 할 때 마스티프 계열의 개를 군견으로 삼아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로마군은 왜 마스티프 계열의 개를 데리고 원정에 나섰을까?

 

2천여 년 전 대규모 식량이나 병장기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말이나 소 같은 대형 가축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대형 동물들은 밤이 되면 늑대, 곰 같은 야생동물들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로마군들은 운송수단 겸 식량 역할을 하는 소나 말을 지키는 경비견이 필요하였다. 맹수들로부터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덩치 큰 대형 마스티프 계열의 개가 필요하였다. 

 

이 개들의 역할은 단순하게 가축 호위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그 개들은 막사에 대한 야간 경계, 적병 수색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로마군이 이런 대형견들을 전투에도 투입하였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불확실한 주장에 불과하다. 

 

로마제국의 군견으로 활약하였던 대형 마스티프 계열의 후예는 스위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여러 곳에 지금도 살고 있다.

 

먼저 스위스 얘기부터 하겠다. 버니즈 마운틴 도그라는 스위스 산악견은 스위스를 정복하러갔던 로마군이 데리고 간 군견들과 스위스 베른 인근 대형견 간의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개다. 이 개는 대형견 중 가장 아름다운 개로 평가되고 있다.

 

< 2012년 오사카의 한 공원에서 만난 멋진 버니즈 마운틴 도그. 감탄이 절로 나왔다. >

 

다응은 독일 이야기다. 로마군의 변방을 위협하던 이민족 중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단연 게르만족이었다. 그래서 로마는 게르만족과의 국경선 근처에는 많은 병력을 주둔하고 이들의 침략을 경계하였다.

 

당시 독일 로트바일에 주둔하였던 로마군은 로마 현지에서 마스티프 계열의 대형견을 데리고 왔다. 이 대형견은 국경 경비에 동원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의 후손이 로트바일러가 되었다.

 

로트바일러는 국내 동물보호법에 의해 외출시 입마개를 반드시 해야 하는 맹견으로 분류된다. 이는 외국의 경우에도 비슷할 정도로 성격이 힘이 강하고 사납기로 유명하다. 

 

로트바일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저먼 셰퍼드와 함께 독일군의 군견으로 활약하기도 하였다. 특히 인종주의자인 히틀러는 독일이 고향인 이 개를 너무 좋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자기 집무실과 침실에 이 개를 경비견으로 두기도 하였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로트바일러를 히틀러 도그라고 부르기도 한다.   

 

Datei:Rottweiler.jpg

< 로트바일러, 사진: 위키피디아(독일판) >

 

현재 국경선으로 프랑스, 스페인, 베네룩스 3국을 정복한 로마제국은 영국 정복에 나선다. 영국 원정을 떠난 로마군들은 다른 지역 원정과 같이 마스티프 계열의 개를 데리고 갔다. 이 개들의 후손은 후일 영국을 상징하는 마스티프 계열의 개인 잉글리시 불독이 된다.   

 

File:Female English Bulldog.jpg

 < 불독의 악관절 구조는 이렇게 부정교합이다,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그런데 로마군의 영국 원정 전에도 이미 영국에는 마스티프 계열의 개가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고대 해양 상권을 장악하던 페니키아인들이 마스티프 계열 개들을 전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로 마스티프 계열의 개가 영국에 유입된 것은 로마군의 침공 이후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한편 로마군에 의해 영국으로 건너간 불독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견종들로 개량되고 분화되게 된다. 

 

< 2012년 어린이날 애견협회 주최 어질러티 대회에 참가한 잉글리시 불독 > 

 

이상과 같이 로마제국은 유럽 전역에 마스티프 계열의 대형견을 보급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물론 로마가 그런 의도로 해당 국가를 침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로마군의 침략과 팽창은 유럽 전역에 마스티프 계열 개들을 보급하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 잉글리시 불독과 불테리어 등을 교배하여 만든 보스턴 테리어 >


새끼 사랑 충만한 승냥이

$
0
0

개과동물에 속하는 동물 중에서 가장 연구가 되지 않은 동물은 단연 승냥이다. 영어로는 도울(Dhole)이라고 부르는 승냥이는 과거 한반도에서도 많이 살았다. 하지만 우리 생태계에서는 호랑이, 표범, 곰, 늑대와 같은 맹수들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승냥이의 개체수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 마리에 불과하다. 그것도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서로 교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도 승냥이가 멸종하지 않고 서식하는 곳은 인도, 중국 등 수개국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 때 승냥이는 동아시아와 인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맹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반도에서는 이미 멸종하였고,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동물이 되었다. 유일하게 남은 야생 서식지는 인도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일부 동물학자들은 승냥이를 인디언 와일드 도그 또는 아시아틱 와일드 도그라고 부르기도 한다.  

 

File:Cuon alpinus (Dhole).jpg

 < 승냥이,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승냥이는 생물분류 체계에서 독자적 위치에 있는 동뭉이다. 식육목-개과-승냥이속-승냥이종에 속하여 다른 개과동물들과는 비교적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울음소리만 들어도 개와 승냥이는 전혀 다르다.

 

승냥의 체중은 불과 20kg에 불과하다. 진돗개 정도의 중형견 크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은 체구라고 깔보면 절대 안된다. 성냥이는 체구는 작지만 십여 마리가 무리를 이루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나운 승냥이 무리는 자기보다 몇 배나 덩치 큰 멧돼지나 소 같은 동물들도 손쉽게 사냥할 수 있다. 승냥이들의 용맹성은 때론 과장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승냥이들이 무리를 지으면 호랑이도 공격하고 물리친다고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과장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만큼 승냥이가 용감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확실하다.

 

용맹한 승냥이라도 자기 새끼들에게는 무척 관대하다. 이러한 점은 리카온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칸 와일드 도그와 비슷하다. 승냥이들은 먹이를 잡으면 어미들이 아닌 무리의 새끼들부터 배불리 먹인다. 그런 후 성체들이 먹기 시작한다.

 

하지만 개를 포함한 다른 개과동물은 승냥이와 다르다. 성체가 먼저 허기를 채운 다음 새끼들을 먹인다. 만약 배고픈 성체보다 새끼들이 먼저 먹이를 먹으려다가는 물리기 쉽다. 잘못하다가는 크게 다친다. 승냥이는 다른 맹수들에게는 포악하지만 자기 새끼들에게는 이렇게 다정다감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승냥이는 생물학적인 의미보다 비유적인 단어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한반도 남쪽에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승냥이를 자주 사용한다. 

 

북한의 조선말사전에서는 승냥이를 ’개과에 속하는 사나운 짐승의 한가지’라고 정의하며 ’포악하고 교활한 제국주의 침략자나 흉악하고 악독한 자를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만 설명하여도 북한에서 승냥이는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동물의 이름을 오용하거나 특정 국가를 비하하는 행위는 옳지 않은 것 같다. 승냥이라는 동물과 해당 국가에 대해 불필요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리카온. 2011년 9월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 > 

 

호랑이에게도 위축되지 않고 대항할 정도로 용맹하며, 개체들끼리의 결속력도 강한 승냥이들의 미래는 불행하게도 어둡다. 남아 있는 승냥이 서식지는 지속적으로 피괴되고 있고, 집개들로부터 광견병이나 파보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체계적으로 승냥이에 대해 연구하고 얼마 남지 않은 개체들에 대해 확실한 보존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사냥에 성공한 승냥이 무리가 사슴을 먹고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참고로 승냥이 앞에 크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라는 접두어를 붙인 말승냥이라는 맹수도 있다. 이 동물은 승냥이보다 훨씬 큰 동물로 승냥이와는 관계가 없는 동물이다. 말승냥이는 승냥이 체구의 두 배 정도되는 당당한 체구를 가진 이리를 뜻한다.

 

 말승냥이(회색늑대)는 승냥이처럼 식육목-개과에 속하는 개과동물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다르다. 승냥이는 송냥이속-승냥이종, 말승냥이는 개속-회색늑대종으로 분류된다. 

유럽+아시아의 역작, 유레이전

$
0
0

유럽과 아시아는 바다로 뚝 떨어진 대륙들이 아니다. 우랄 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이 유럽, 동쪽이 아시아다. 그래서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하나의 대륙으로 유라시아 또는 유레이저(Eurasia)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유라시아라는 이름을 따서 만든 유레이전(Eurasian)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개도 있다. 그런데 어떤 거창한 역사를 가져서 이렇게 대단한 이름을 가질 수 있었을까? 

 

File:Eurasier Image 001.jpg

 < 유레이전,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유레이전의 역사는 아시아가 아닌 유럽의 독특한 취향을 가진 브리더로부터 시작되었다. 독일 바임하임의 브리더 율리우스 비프펠은 북중국과 몽골이 고향인 차우차우와 네덜란드가 고향인 키스혼드(일명: 울프 스피츠)를 교배 붙여 새로운 개를 만들었다.

 

비프펠은 그 개를 울프 스피츠+ 차우 차우라는 뜻으로 ‘울프 차우’(Wolf chow)라고 불렀다. 그런데 새로운 개를 만들겠다는 비프펠의 욕심을 그것만으로 충족되지는 못했다. 그는 다시 울프 차우를 시베리아의 썰매견 사모예드와 교배시켜 새로운 개를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만든 개의 이름이 유레이전(Eurasian)이다.

 

File:Keeshond Majic standing cropped.jpg

< 키스혼드,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 차우차우 >

 

File:Samojed00.jpg< 사모예드,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유레이전이라는 말은 ’유라시아의’라는 뜻의 형용사로도 사용되지만 ‘유라시안 혼혈’이라는 명사로도 간혹 사용된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의 주인공 유레이전은 동양의 차우차우와 서양의 키스혼드(울프 스피츠) 그리고 동서양 중간에 있는 시베리아의 사모예드 사이의 혼혈견이라서 이런 이름을 가진 것 같다. 

 

세가지 견종 모두 북방 스피츠의 피가 흐르고 풍부한 이중모(double coat)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이 개들 사이에 태어난 유레이전의 모습이 특별히 이상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모습은 아니다.

 

File:Eurasier liegend.jpg

< 유레이전,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유레이전은 아직 대중적인 개는 아니다. 이는 전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이런 희소성 때문에 일부 국가의 비양심적 번식가들이 이 개와 외모나 유전적으로 비슷한 개를 만들어내서 판매하기도 한다.

 

바로 울프 차우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차우차우와 케이스 혼드의 교잡종을 유레이전이라고 속여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유레이전에 대한 수요가 아직 없어서 이런 식의 사기 분양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레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설명하였듯이 매우 짧다. 유레이전은 194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하였고, 1960년대 들어 독자적 견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유레이전이 개발된 독일에서도 이 개는 1960년대가 되어서야 독일 켄넬 클럽에서 공인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레이전이 공인 받은 것은 그로부터도 10여년 뒤인 1970년대부터다. 국제축견연맹(FCI)은 1973년이 되어서야 유레이전을 공인 견종으로 승인하였다. 유레이전은 아직 갈 길이 먼 개라고 할 수 있다.

맹견 사육에는 보다 엄격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

$
0
0

지난 2월말 경남 진주에서 80대 할머니가 자신이 1년 넘게 키우던 맹견에 물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주인을 물어서 숨지게 만든 개는 맹견의 대명사로 불리는 핏불 테리어였다. 그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우리나라에 보다 엄격한 맹견 사육 지침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동물학대를 방지하고 동물들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1996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동물에 대한 복지, 행복에 대해 무관심하던 그동안의 우리 삶을 비춰보면 지금으로부터 17년전 우리나라에서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것은 정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런데 동불보호법에는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맹견에 대한 규정이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 12조2항에는 ”소유자 등이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 외에 입마개를 하여야 한다”고 하고, 예외 규정으로 “다만 3개월 이하(강아지)는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 말하는 맹견에는 어떤 견종이 있을까? 법에 의해 맹견으로 정의된 견종들은 하나 같이 덩치가 크고 사납기로 유명하다. 

 

동물보호법 별표 3호에는 맹견의 종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1번 도사견과 그 잡종, 2번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와 그 잡종, 3번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그 잡종, 4번 스태퍼드셔 불테리어와 그 잡종, 5번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6번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개이다. 이름만 들어도 길거리에서 만날 것 같아서 무서운 후덜덜한 견종들이다. 솔직히 밤길을 걷다가 골목길에서 만나면 정말 아찔한 개둘이다.

 

Ficheiro:Staffordshire Bull Terrier 600.jpg

<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사진: 위키피디아(포르투갈) >

 

여기서 잘못 알고 있는 견종 이름을 고민해야 한다. 바로 ‘핏불 테리어’다. ’핏불’이라고 불리는 이 개는 흔히 단일 견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개는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프드셔 불테리어 등 세 종류의 개들과 그 종류의 해당 견종들간의 잡종을 모두 포함한다. 즉 핏불 테리어라는 말은 특정 견종이 아닌 핏불테리어 계열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Ficheiro:American Pit Bull Terrier - Seated.jpg

<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사진: 위키피디아(포르투갈어판) >

 

2011년 서울중앙지법은 자신이 키우는 핏불테리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여 지나가는 행인에게 전치 20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 개 주인에게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즉 맹견을 키울 때는 주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 판결이었다. 맹견은 주인에게는 한 없이 귀엽고 온순한 개일 수 있다. 하지만 맹견은 다른 개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공격 성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2012년 미국 메릴랜드고등법원은 아이를 물어서 큰 상해를 입힌 핏불 테리어 사건을 재판하다가 이 개에 대해 “Inherently dangerous”라고 규정했다. 즉 핏불 테리어는 선천적으로 위험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일부 항공사는 핏불 테리어 계열의 개들과 도사견에 대해서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기내 선적을 엄격히 금지한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즈는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의 선적을 금지하고, 에어프랑스는 도사견, 마스티프, 핏불 테리어, 스태퍼드셔 테리어의 선적을 금지한다.

 

File:BUKADAI..JPG< 도사견, 위키피디아(영어판) >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주에서는 핏불 테리어 계열의 개 사육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다. 한 발 더 나가 호주의 경우, 외국에서 핏불 테리어 계열의 개들을 수입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호주 국내에 있는 핏불 테리어들은 수캐의 경우 번식을 못하도록 중성화 수술을 반드시 받게 한다. 암캐도 번식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즉 암캐도 역시 번식을 하는데 꼭 필요한 기관인 난소를 적출하도록 하여 규정한다.

 

이 정도면 호주는 맹견 말살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핏불 테리어 입장에서 보면 호주는 자신들의 종족을 퍼트리지 못하게 하는 매우 가혹한 국가라고 비판할 것이다.

 

그런데 호주 정부는 왜 이렇게 강력한 맹견정책을 펼까? 이는 맹견이나 맹견을 좋아하는 일부 매니아층이 아닌 다수의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맹견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인명, 재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선제인 조치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울산시 울주군에서 사육농장을 탈출한 덩치큰 개들이 무리를 이루고 민가를 습격하고 가축을 잡아 먹는 사건을 보며 그 전에는 너무 과격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였던 호주 정부의 맹견 번식 억제조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File:Rottweiler herding sheep 1.jpg

< 양떼를 지키는 로트바일러,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우리나라의 경우, 맹견 사육과 번식에 대해 별다른 규제가 없다. 따라서 비교적 자유스럽게 맹견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사고는 지난 달 진주에서 발생한 참극처럼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호주나 미국, 캐나다 같은 국가에서 이런 식으로 맹견들을 번식시키기나 사육할 수 있을까? 아마 안 될 것이다. 맹견 번식과 사육에는 엄격한 제한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동물보호법을 개정하여 맹견의 번식과 사육에 대해서는 외국의 사례와 같이 엄격한 제한 조항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 개정이니까, 이에 대한 반발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대로 통제가 안되면 사나운 맹수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는 맹견 번식 억제에 대해 당국의 보다 성의 있는 대책을 기대한다.

맹견도 그린 화가는, 조선인일까 중국인일까?

$
0
0

개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그림은 맹견도였다. 덩치 큰 누런 개가 엎드려 누워있는 그림인 맹견도는 보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의문스럽게 만드는 그림이다.

 

< 맹견도 >

 

맹견도는 지금으로부터 족히 200~300여년 그림이로 추정된다. 먼저 그림에 사용된 화풍이다. 생생한 입체감과 독특한 음영법을 사용된 맹견도는 동양인의 작품처럼 보이지 않는다. 마치 서양 사람의 작품 같다는 느낌을 준다.

 

다음은 이런 종류의 개는 당시 우리나라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속 개는 아래 사진과 같이 전형적인 마스티프 계열의 개다. 과연 조선시대 중후반에 이런 개가 있었을까?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File:Mastiff1.jpg< 맹견도 속의 개는 잉글리시 마스티프로 추정된다,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마지막으로 의심스러운 것은 배경이다. 개가 묶여져 있는 건물의 기둥은 조선의 건축 방식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청나라 새대 궁궐양식이라는 견해가 있다. 베이징에 있는 자금성을 수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내가 보기에도 중국 궁궐에 있는 기둥과 비슷하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맹견도는 한 때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것으로 후일 밝혀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1910년대 서울 북촌의 어느 고가옥에서 발견된 맹견도의 감정에는 당시 화계에서 활동했던 원로 고희동, 안중식 화백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당시 그들은 “그림의 격이나 기교로 봐서 (조선시대 후기)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단원 김홍도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단원의 낙관을 찍어 임의로 인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조작된 감정은 나중에 밝혀지게 되었고 지금은 작가 미상 작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시 국내의 내노라는 화백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지 지금도 의문이다. 

 

그러면 맹견도를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가능성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조선 후기 청나라의 어느 화가가 그린 그림을 누군가 조선으로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청나라 화백은 서양화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에는 서양이 고향인 덩치 큰 마스티프 계열의 개가 있었을 것으로도 추정된다. 

 

둘째, 청에서 서양화풍을 접한 조선 화공이 조선에서 그렸을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과연 조선에 마스티프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만약 맹견도가 조선 후기에 우리 선조들의 손으로 그려진 작품이 맞다면 국내 미술사에 획기적인 장을 열어주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서양화법 국내 도입 시기에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File:Lukey's Governor (Mastiff).jpg

 < 잉글리시 마스티프를 그린 영국 화가의 그림. 맹견도와 전체적 화풍이 비슷하다,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서양화풍에 영향을 받은 청나라 화백이 중국에 있던 마스티프를 보고 그린 그림을 조선사람이 청에서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추정은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와 분석이므로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 후손의 강아지 그림 속, 바둑이 정체는?

$
0
0

우리나라 5천년 역사상 가장 성군은 누구일까? 한글을 창제하시고, 북방을 개척하신 세종대왕일 것이다. 이런 짧을 글을 통해 그 분의 업적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의 직계 후손 중 동물 그림을 즐겨 그리던 빼어난 화가 한 분 있었다. 세종대왕의 넷째아들인 임영대군 이구의 증손자인 이암이다. 그러니 이암 선생은 위대한 세종대왕의 고손자에 해당된다. 

 

이암은 동물 그림에 있어서는 조선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그의 작품은 인기가 높은 편이다. 

 

조선 중기 패관문학을 대표하는 어숙권이 쓴 패관잡기와 조선 후기 양명학자인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서도 이암의 동물그림 솜씨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그림 솜씨 못지않게 지체 높은 왕족이, 그것도 위대한 성군이라고 지난 수백 여년 동안 칭송이 자자했던 세종대왕의 고손자가 화가가 되었다니 그 자체도 당시 이채로웠을 것 같다.

 

< 이암의 모견도 >

 

이암의 대표작은 ’모견도다. 아미의 등위에서 방금 잠이 든 귀여운 강아지와 다정스럽게 이를 쳐다보는 어미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기만 하다. 5백년 이라는 시간을 넘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강아지가 그림 속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모견도를 보면 그림에서와 같은 개들이 조선시대에 한반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없지만 당시 조선에는 티베탄 스파니엘 종류의 작은 소형견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개들은 그림 속의 개와는 생김새가 다르다. 그러면 그림 속의 개는 무엇일까? 

 

File:Tibetan spaniel.jpg

< 티베탄 스파니엘,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조선 후기 실학자인 유희의 물명고라는 책을 주목해봐야 한다. 물명고는 사물의 특징과 성질을 기록한 책으로 현대적인 의미의 백과사전과 성격이 비슷하다. 유희는 물명고를 통해 우리나라 견종을 크게 4종류로 대별하였다. 지금으로 치면 견종 분류지만 당시 혈통 관리가 되지 않았던  현실을 고려하면 큰 범위 내에서 대략 분류한 것이다. 

 

첫째, 마치 사자처럼 두상이 큰 개인 더펄개가 있었다. 당시 상황상 이 종류의 개들은 아마 티베탄 마스티프 계열의 개로 추정된다. 

 

File:Mastif tybetański 2009 pl3.jpg< 티베탄 마스티프의 위용,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둘째, 소형 장모종 개인 발발이다. 티베탄 스파니엘 계열의 개로 추정된다. 혈통상으로는 라사압소, 페키니즈, 칭, 시추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견종들이다. 조선 후기 대표 화가들인 단원 김홍도나 오원 장승업의 그림에도 이와 비슷한 종류의 소형견들이 등장하였다.

  

셋째, 대마 섬유처럼 길게 늘어진 털을 가진 개 삽살개다. 이 종류의 개들은 더펄개와는 차이가 좀 있다. 20세기 후반 혈통이 고정된 삽살개를 연상하면 될 것 같다.

 

ファイル:Korea-Jeonju-Sapsal dog in front of a Hanok Village-01.jpg

< 전주 한옥마을의 삽살이, 사진: 위키피디아(일어판) >

 

넷째, 바둑이 종류의 개들이다. 이암의 그림에 나와있는 개들이 이런 분류에 속하는 개들이다. 이암의 그림에 나온 바독이의 털 색깔은 현대적인 견종 용어로는 파티 칼라(2가지 색상의 바둑이 모색) 혹은 트라이 칼라(3가지 색상의 바둑이 모색)라고 할 수 있다.

 

물명고에 나오는 견종 분류를 보니 이암의 모견도에 등장한 강아지들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옛 그림 속 바둑이 계열의 개들은 이제 우리 곁에 남아있지 않다.

 

물명고가 쓰여진 시점은 1824년이니 불과 190년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짧으 시간동안 조선에 많았던 바둑이 계열의 소형견들은 남아 있지 않다. 네 종류의 개들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는 삽살개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 선조들과 같이 희노애락을 같이 하던 우리 개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오늘 아침 이암의 어여쁜 그림 모견도를 보고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고양이가 개와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

$
0
0

고양이와 개에게 주인이란 어떤 존재일까? 분류상 고양잇과와 개과로 갈릴 정도로 혈연관계가 먼 만큼 두 동물이 바라보는 주인은 크게 다른 것 같다.

 

고양이는 주인을 자신의 지배자, 어른, 리더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고양이는 주인을 그저 동거인, 밥을 주고 해꼬지하지 않는 존재 정도…

 

< 낮잠을 즐기는 일본 도심 속 고양이 >

 

하지만 개들은 다른 것 같다. 주인은 자신이 속한 무리의 리더이며 절대자다. 또한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밥을 주고 잠자리도 제공하는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따라서 개들은 주인이 장기간 출타를 하면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불안한 증세를 보인다. 마치 아이가 엄마와 분리되면 불안해 하는 것과 같다.

 

주인을 보는 입장에서 큰 차이가 있는 두 동물은 주인에게 감정을 표시하는 방법도 다르다. 

 

개들은 주인이 출타 후 집에 오면 격하게 반응을 한다. 좀 오버라고 생각할 정도로 격한 반응이다. 온 몸을 흔들고 꼬리를 치고 뽀뽀하고 정말 난리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다르다. 엄청 친한 반가운 표시가 다가와서 자신의 등을 사람의 다리에 한번 비벼주면 끝이다. 그것도 엄청 인심을 쓴 표현이다.

 

그렇지만 이 두 동물에게는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주인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두 동물이 그렇게 다르게 행동을 할까?

 

야셍 상태에서 고양이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 않는다. 혼자 사냥하고 잠을 자며, 육아를 한다. 세상에 믿을 존재는 자기 밖에 없다.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어미도 자식도 자기를 책임져 줄 수 없다. 세상에 자기 하나 밖에 없는 생활을 해야 하는 운명이다.   

 

하지만 개들은 다르다. 개들은 무리를 지어 사는 늑대의 생활 습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개들은 가축회된 지금도 자기 주인을 늑대 무리의 대장 혹은 알파 정도로 생각한다.

 

늑대 무리에서 대장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식사를 할 때도 대장이 배부르게 먹고 난 후 아래 늑대들이 식사를 해야 한다. 번식도 마찬가지다. 서열이 낮은 늑대들은 번식을 꿈도 꾸지 못한다. 대장의 새끼들을 키워야 한다. 그만큼 늑대들에게 대장은 절대적이고 강력한 존재다. 아마 개들은 이런 본능 때문에 주인에게 의존하고 철저하게 아부를 하며 산다.

 

하지만 그런 습성이 처음부터 없던 동물인 고양이들은 다르다. 따라서 고양이가 주인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을 가지고 절대 서운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속이 좁은 주인이 되고 만다.

 

사람들의 집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매순간 자기 나름대로 주인에게 최대한 성의를 다해 애교를 부리고 있다. 물론 욕심 많은 동물인 사람들은 그런 고양이의 노략에 여전히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 애교가 충만한 개같은 고양이도 있다. 이 녀석은 전형적인 개양이다. >

코통은 해적, 프랑스군 누구의 개였을까?

$
0
0

의외의 장소에 핀 아름다운 꽃이 있다. 그런데 그 꽃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다. 과연 무슨 이야기일까? 꽃이 나왔으니 식물 이야기라고 짐작하면 안 된다. 개 이야기다.

 

먼저 이 개의 이름은 코통 드 튈레아르(Coton de Tulear, 이하: 코통)다. 한글로 적어도 읽기 어려운 이름이다. 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교 신입생 시절 제2외국어로 배웠던 프랑스어 실력으로 풀이하면 ‘튈레아르에 핀 면화송이’ 정도다.

 

< 서울 여의도에 사는 코통 드 튈레아르 강아지 >

 

튈레아르는 아프리카 동쪽 연안에 있는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항구도시 로 아프리카 내륙 국가들과 마다가스카르간의 농산물 교역을 담당하는 교역항이다.   

 

코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다가스카르라는 아프리카에 있는 섬나라에 대해 알아두는 게 좋다. 일단 섬나라라고 해서 결코 마다가스카르가 작은 나라가 아니다. 면적만해도 58만7천 제곱 킬로미터에 이른다. 한반도 면적의 2.7배에 달할 정도로 큰 나라다. 

 

마다가스카르는 동물의 왕국에 자주 나오는 야생동물의 마지막 낙원인 케냐와 비슷한 크기다. 인구도 2천만명이나 된다. 마다가스카르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기도 하다.  

 

마다가스카르도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쓰라린 식민지배 경험이 있다. 마다가스카르를 오랫동안 노렸던 프랑스가 1883년 전격 침공하여 식민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는 77년이나 계속되어지다가, 1960년 마침내 독립을 하게 된다. 

 

그런데 프랑스군이 마다가스카르를 침공하기 전에도 이 큰 섬에는 유럽인들이 상당 수 거주하고 있었다. 그 유럽인들은 대항해시대로 볼 수 있는 16~17세기경 마다가스카르에 진출하였다. 참고로 당시 마다가스카르에는 원주민들이 세운 독립적인 왕정이 있었다.

 

마다가스카르에 진출한 유럽인들은 일반인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프리카와 인도양을 잇는 거점인 마다가스카르 연안을 장악하고 상선을 노략질 하던 해적들이었다. 유럽인들로 구성된 국제해적단들은 마다가스카르에서 현지 여인들을 아내로 삼고 세인트 메리 제도에 본거지를 두었다. 그런데 갑자기 카리브해의 해적 이야기도 아니고 마다가스카르의 해적 이야기를 왜 할까? 이름도 특이한 코통 드 튈레아르의 기원에 대해 해적 기원설이 있기 때문이다. 

 

 < 코통과 혈연적으로 밀접한 비숑 프리제 >

 

대항해시대 당시 마다가스카르 뿐만 아니라 카리브, 인도양 등 넓은 바다에는 많은 해적들이 상선들을 노략질하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런데 해적들에게 가장 큰 적은 누구였을까? 당연히 해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파견되던 군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해적들을 힘들게 한 것은 배에 숨어 사는 쥐들이었다. 쥐들은 해적들의 양식을 축내기도 하고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배를 갉아 각종 질병도 옮기기도 한다.

 

따라서 해적들은 쥐를 잡을 수 있는 재빠른 소형견들을 해적선에 태우고 다녔다. 이 개들은 해적들의 침구가 되면서 쥐를 잡는 쥐사냥개(ratter)의 역할도 하였다.

 

마다가스카르에서 활동하였던 해적들이 유럽에서 가지온 개들은 비숑 계열의 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개들은 마다가스카르 현지 토착견과의 교배를 통해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개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외부와의 왕래가 힘든 섬의 특수성으로 인해 혈통이 고정되어졌고 현재 코통 드 튈레아르라고 불리는 개가 되었다는 것이 코통 해적 애완견 기원설이다.

 

다음은 역사적 배경이 있는 프랑스군 애완견설이다. 프랑스는 19세기말 마다가스카르를 전격 상륙하여 식민지로 삼았다. 그런데 침략군인 프랑스군은 프랑스를 나서면서 비숑 계열의 개도 배에 싣고 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프랑스 개들이 현재 코통의 선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충분한 역사적 배경이 있어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애견 천국 프랑스는 비숑 프리제 같은 비숑 가문의 개들이 번성한 곳이기 때문에 이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 한 마디로 단언하기 어렵다. 두 가설이 모두 맞을 수도 있다고 본다. 만약 두 가설이 모두 맞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었을  것 같다.

 

대항해시대 당시 해적들이 유럽에서 가져온 비숑 계열의 개들과 19세기말 프랑스군이 가져온 또 다른 비숑 계열의 개가 교배 과정을 통해 현재와 같은 코통이 되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주장은 나의 상상이나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다. 

 

여하튼 해적 기원설이나 프랑스 기원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코통의 혈통에는 비숑 계열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개의 개량 과정에는 비숑 가문의 대표주자 비숑 프리제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File:Havanese cd1.jpg< 비숑 가문의 히든 카드, 하바니즈,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또한 멀리 쿠바의 하바니즈, 몰타섬이 고향인 몰티즈의 혈통도 일부 포함된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내가 주장한 이른바 ‘해적 기원설+ 프랑스 기원설’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 도그쇼에 출전하기 위해 단장 중인 몰티즈 > 

 

코통은 애견이 가져야 할 몇 가지 좋은 덕목들을 갖추고 있다.

 

첫째, 털이 잘 빠지지 않는다. 실내견으로서는 매우 좋은 조건이다.

 

들째, 개 비린내라고 하는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 역시 실내견으로서는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다.

 

셋째, 매우 유순하다. 어떤 이들은 코통이 대형견 중 가장 순둥이라고 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성격이 비숫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적격인 개이다. 넷째, 다른 개들과도 사이가 좋다.

 

만약 개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 또 개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면 이 개를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많은 장점을 가진 개가 바로 코통 드 튈레아르다.

 

그러나 코통은 매우 드물어서 구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난제도 같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통은 요즘 국내에서도 가끔 볼 수 있을 정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주인따라 공산쿠바 탈출한 하바니즈

$
0
0

최근 미국과 쿠바는 국교 정상화에 대해 합의를 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 하려고 한다. 그런데 쿠바에는 굉장히 귀엽고 앙증맞은 소형견이 하나 있다.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상당한 매니아층을 가진 견종이기도 하다.

 

이 개의 이름은 쿠바의 수도인 하바나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하바니즈(Havanese)다. 비숑 계열에 속하는 하바니즈는 비숑 프리제, 코통 드 튈레아르 등과 유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File:Havanese.jpg

< 하바니즈,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그런데 유럽이 원산지인 비숑 계열의 개가 어떻게 이역만리 떨어진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로 가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테네리페 전래설과 몰타 전래설이 맞서고 있다.

 

먼저 테네리페 전래설이다. 테네리페섬은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우리나라의 원양어업 전초기지인 라스팔마스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테네리페에는 과거 비숑 테네리페라는 비숑 계열의 개가 있었다. 여기서 ‘있었다’라고 쓴 이유는 지금은 그 개가 멸종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비숑 테네리페는 이 섬의 주인인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프랑스로 전래되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비숑 프리제의 선조가 되었다.

 

그런데 비숑 테네리페가 프랑스 외의 국가로도 진출하기도 하였다. 테네리페섬에서 대서양을 건너 쿠바로 건너간 비숑 테네리페는 그곳에서 블랑퀴토 더 라 하바나(Blanquito de la Habana)라는 개로 개량되어졌다. 그리고 다시 푸들 등 현지에 있는 소형견들과의 교배를 통해 하바니즈라고 불리는 개가 탄생하였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블랑퀴토 더 라 하바나도 멸종되어 지금은 없다.

 

몰타 전래설은 내용이 매우 간단하다. 지중해의 몰타섬은 일부 애견전문가들에 의해 비숑 계열의 기원지로 추정되는 곳인데, 오래 전부터 하바니즈와 유사한 비슷한 개가 있었다고 한다. 그 개 중 일부가 지중해에서 카리브해를 건너 쿠바에 정착하여 현재의 하바니즈가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간단한 이야기다. 

 

하바니즈의 선조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럽에서 쿠바로 전래되었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또한 쿠바에서 어떤 개들과의 교배를 통해 현재와 같은 앙증맞은 개가 되었는지도 역시 불분명하다.

 

어떤 전문가들은 몰티즈, 볼로니즈(Bolognese), 푸들과 같은 소형견들이 하바니즈 혈통 개량 시 투입되었다고 주장하지만 확실한 정설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부터 이야기 하는 것이 하바니즈 역사 상 더욱 중요하고, 사람들에게는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File:Havanese cd1.jpg

  < 귀엽지 않은가? 하바니즈,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쿠바는 20세기 중반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 라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이 주축이 된 공산세력은 기존 쿠바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는 데 성공한다. 

 

공산 정권이 수립되자 쿠바의 부유층들은 목숨을 걸고 배를 타고 미국으로 탈출한다. 그런데 일부 쿠바 탈출민들은 배에 자신들의 애견인 하바니즈를 싣고 출발하였다. 그 결과 쿠바에서 한정되어 살았던 하바니즈는 애견 천국인 미국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보트에 몸을 싣고 미국으로 건너온 하바니즈는 극소수에 불과하였다. 1970년대까지 미국에는 십여 마리의 하바니즈 밖에 없었다. 

 

귀엽고 앙증맞은 하바니즈의 외모는 미국의 브리더들을 순식간에 매료시키고 말았다. 이후 미국인들은 하바니즈를 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하바니즈는 미국애견협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견종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하바니즈는 매우 유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개다. 따라서 가정견으로서는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하바니즈는 주인을 너무 좋아하고 잘 따라서 사람 없이 혼자 있게 하면 상당히 힘들어 한다. 그래서 장시간 하바니즈를 방치하고 주인이 외출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다. 가급적 하바니즈를 데리고 다니는 게 좋다.

 

하기야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하바니즈를 집에 혼자두고 하고 외출하는 것은 주인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퓨마 사냥에 사용되는 시냥개들은 누구?

$
0
0

북미 대륙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냥개를 이용한 사냥방법이 있다. 북미 사냥꾼들은 아래와 같은 사냥 방법으로 퓨마, 라쿤, 불곰 등을 잡기도 한다. 

 

< 어린이대공원의 퓨마 >

 

(1) 사냥개들이 사냥감을 끈질기게 추적해 사냥감이 시끄러운 개들을 피해 나무에 올라가게 한다.

 

(2)  사냥개들은 포수들이 올때까지 계속 짖어댄다. 물론 이 시기에 사냥개들은 사냥감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나무 주위를 포위하고 감시한다.

 

(3) 포수는 개들이 짖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거나 아니면 사냥개들의 목줄에 부착된 위치추적기 등을 통해 나무 근처로 찾아온다.

 

(4) 포수는 나무 위로 도망간 사냥감에게 방아쇠를 당기며 사냥을 마무리한다. 

 

File:Murphys1TrackerAlabama.jpg< 트리잉 자세를 취하고 있는 블랙 마우스 커, 사진: 위키피디아(영어판) >

 

이런 방법으로 사냥을 하려면 사냥꾼은 평소 사냥개를 잘 훈련시켜야 한다. 사냥을 하는 사냥꾼보다 사냥개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독특한 북미 지역의 사냥법을 트리잉(treeing)이라 한다. 나무위로 사냥감을 몬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File:Unknown dog breed treeing.jpg

< 아메리칸 폭스 하운드가 트리잉 자세를 취하고 있다. >

 

트리잉에사용되는 사냥개는 영국, 프랑스가 고향인 사냥개보다는 미주 대륙에 적응한 미국 원산 사냥개들이 사용된다. 이 개들 대부분은 라쿤 하운드(racoon hound) 계열의 개다. 그런 부류의 개들의 선조는 원래 영국이었지만, 이전한 현재 미국인의 조상들과 함께 신대륙으로 온 것이다. 이후 그 개들은 견종에 따라 프랑스, 독일 혈통의 사냥개들과 선택적으로 교배되며 북미 대륙의 독특한 사냥개가 되었다.

 

트리잉 사냥에 적합한 사냥개로는 플롯 하운드(Plott hound), 블랙 앤 탄 쿤하운드(Black and tan coonhound), 트리잉 워커 쿤하운드(Treeing walker coonhound), 블랙 마우스 커(Black mouth cur) 등이 있다.  

 

File:Plotthund Kynnagardens Ziggy Lundamo.JPG

< 사냥감의 흔적을 추적하는 플롯 하운드 >

 

트리잉을 통해 잡는 사냥감은 다양하다. 물론 위기 시에 나무를 타서 몸을 숨기려는 성향이 있는 동물들이 그 대상이다. 아메리칸 흑곰(American black bear), 산사자 또는 퓨마라고 불리는 쿠거(cougar), 북미산 너구리 라쿤(raccoon) 등이 있다. 

 

이들 사냥감 중 특히 퓨마의 경우, 트리잉을 통해 사냥하는 방법이 매우 효율적이다. 퓨마는 너무나 민첩하고 은밀하게 행동하므로 사냥개의 도움을 받아 트리잉으로 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한다.   

 

< 초등학생이 그린 퓨마 >

야생 낙타와 가축 소, 누가 호주 자연에 문제일까?

$
0
0

호주는 아시아, 아메리카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또한 캥거루, 왈라비, 코알라 같은 고유의 다양한 야생동물들도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19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백인 이주민들이 유입되면서 호주 생태계는 급속하게 바뀌게 된다. 백인들은 구대륙에서 자신들이 키우던 소, 양, 토끼, 여우 같은 왜래동물은 물론 밀 같은 외래 식물까지 모두 가지고 왔다.

 

백인들의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된 약 200년 사이 이제 호주는 백인들이 가지고 왔던 동물과 식물들이 기존 토착 생명들을 몰아내고 그들만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호주 대륙에 없었던 토끼, 소, 양 같은 초식동물들은 지금도 그 개체 수를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토끼는 수억 마리에 달할 정도로 정확한 숫자도 집계가 되지 않는다. 또한 대표적인 호주의 가축인 소는 호주 인구보다 많은 4천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의 대형 초식동물도 호주에 대량 도입되었다. 19세기까지만 하여도 호주의 도로 사정은 정말 말이 아닌 상황이었다. 제대로 된 철도나 포장도로는 일부 도심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당시 호주 당국은 국터의 상당 부분이  물이 부족하고, 건조한 기후에 속하는 지역임을 감안하여 특이한 동물을 운송수단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한다. 

 

사막의 배, 유목민의 필수품이라고 불리는 단봉낙타를 중동지역에서 수입하여 보급한 것이다. 당시 호주인들에게 낙타는 신이 주신 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07. Camel Profile, near Silverton, NSW, 07.07.2007.jpg

< 낙타, 사진: 위키피디아 >

 

낙타는 물을 많이 마시지도 않고 사막과 같은 건조 지역을 가로질러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켜 주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호주 전역에 철도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도로 사정이 개선되면서 낙타는 이제 찬밥 신세가 되기 시작하였다.

 

낙타의 처지는 토끼 사냥이 끝나면 개를 삶아 먹는다는 고사성어 ‘토사구팽이’이 생각나게 한다. 호주사람들에게 버림 받은 신세가 된 낙타들은 거친 호주의 자연 환경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야생 낙타의 길을 걷게 되었다.

 

21세기 현재 전 세계에서 야생 낙타의 숫자가 많은 나라는 단연 호주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100만 마리를 넘는다는 말도 있다.

 

이런 낙타의 과잉 번식은 최근 호주에서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덩치 큰 초식동물인 낙타는 건조기후인 호주의 초원의 풀들을 대량으로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낙타로 인해 사막화, 초지 부족, 식수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호주 당국은 대규모 낙타 포획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잡은 호주산 낙타는 고기로 가공되어 낙타를 즐겨 먹는 일부 중동 국가에 수출되었다. 물론 중동 현지에서는 호주의 신선한 풀을 먹은 자연산 낙타 고기라고 하여 좋은 반응이 있다고 한다.            

 

100만 마리에 달하는 호주의 야생 낙타들은 분명히 호주 자연 환경에 적지 않은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 같다.

 

하지만 건조한 호주의 자연 환경에 더욱 많은 부담을 주고 지속적으로 초지를 헐벗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백인들이 가지고 온 소들이다.

 

전체 호주 인구에 맞먹는 호주의 소들은 호주의 초원을 더욱 빠른 속도로 황폐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사슴고기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
0
0

영국은 최근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는 사슴 때문에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영국에 무슨 사슴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지금 영국의 사슴은 영국 토종 사슴들이 아니다. 영국 사슴들은 대영제국 시절인 19세기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산 사슴들을 가지고 와서 야생에 방생한 것들의 후손들이다.    

 

일부 급진론자들은 야생사슴으로 인한 교통사고, 농가 피해, 산림 훼손 등 각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150만 야생 사슴의 절반에 해당하는 75만 마리를 사냥하여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늑대, 표범 같은 포식자가 없는 생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덩치 큰 사삼의 개체수를 줄일 방법이 없으며, 유일한 방법은 사냥 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사슴 사냥의 의무화와 함께 사슴고기 판매를 허용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길 수 밖에 없다. 사슴고기는 과연 어떤 맛일까? 누랜내가 나지 않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사슴고기를 몇 년 전 먹어본 경험자의 입장에서 사슴고기에 대한 평가를 주관적으로 해보겠다. 

 

사슴고기를 먹은 것은 2006년 중국 광저우의 어느 음식점이었다. 당시 광저우는 2010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대적인 도심 개발,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었다.

 

 < 부드러운 사슴고기 요리 >

 

회사 일 때문에 간 출장 마지막날,  길에서 일행 중 한 명이 사슴고기를 먹고 싶다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모두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여 사슴고기 한 접시를 시켰다.

 

나는 사슴고기는 누린내가 날 것이라고 짐작하고 음식이 나와도 젖가락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사슴고기 주창자가 한 입 먹더니 “정말 부드럽고 맛있다”고 평가하자 호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사슴고기에 도전하였다. 사슴고기를 베어 무는 순간 감탄이 저절로 터졌다. “정말 대단한 맛이다.”

 

사슴고기는 부드럽기도 하고 육즙도 풍부하였다. 마치 매우 부드러운 소고기 같은 그런 맛이었다. 십여년 전 미국에서 먹은 송아지 고기와 비슷한 훌륭한 맛이었다.

 

그런 추억을 떠올려 보면 영국에서 사슴고기 판매를 허용하면 야생 사슴 과다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몽골 방카르, 티베탄 마스티프는 형제

$
0
0

최근 EBS는 중앙아시아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연속하여 방영하고 있다. 평소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즐겨봐서 빠지지 않고 계속 시청하고 있다.

 

그런데 3.11(수) 방송에는 애견가인 나의 눈을 확잡아 당기는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몽골 유목민들이 키우는 덩치 큰 개가 나왔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그 개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고 별도의 나래이션도 없었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바로 몽골리안 방카르(이하: 방카르)가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방카르는 티베탄 마스티프와 깊은 혈연 관계가 있는 근연종이며 양국의 불교문화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뭉골에 가본적이 없어서 유목민들의 개를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며 그동안 확인하고 싶었던 것을 확인하고 나니 정말 감개가 무량하였다.

 

그러면 몽골의 방카르와 테벳의 티베탄 마스티프가 무슨 관계에 있는 지 본격적으로 살펴보겠다.    

 

티벳과 몽골은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고 서로 교류가 활발하였던 나라들이었다. 양국의 밀접한 관계는 티벳 불교를 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두 나라는 티벳 불교라는 종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벳 불교는 중국, 인도, 몽골의 일부 지방에서 발달한 대승불교의 한 종파로, 스승을 ‘라마’라고 불러서 일명 ’라마 불교’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현재 티벳은 중국 공산군의 침공 이후 국가가 망한 상태다. 그래서 정식 정부는 없고 대신 인도 북부에 망명정부가 있는데, 그 망명정부의 수반은 유명한 ’달라이라마’다.

 

몽골이 공산화 되기 전 몽골 전체 인구의 90%가 불교신자였으며, 성인 남자들의 30% 정도가 불교 승려였을 정도로 독실한 불교 국가였다. 물론 이 불교 신자와 승려들의 대다수는 티벳에서 기원한 티벳 불교 소속이었다.

 

티벳의 승려들 중 상당수는 포교와 설법을 위해 몽골로 갔다. 그런데 티벳 승려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이나 도적들의 위협으로부터 방위해줄 보디가드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티벳 승려들과 함께 티베탄 마스티프도 같이 몽골로 이동하였다.

 

< 티베탄 마스티프, 사진: 위키피디아 >

 

몽골로 유입된 티베탄 마스티프는 불교 사찰에서 악령을 물리치는 영적인 역할도 하였지만, 일부는 민가로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 

 

티베탄 마스티프의 경우, 몽골군의 서역정벌 당시 수만 마리가 그 원정에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는 세계 정벌을 한 몽골제국(이후: 원제국)에서 차지하였던 티벳불교의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원나라에서 주요 정책이나 인사 결정 과정에서 라마승들이 차지한 비중은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1936년 공산당 정권이 몽골에서 수립되자 엄청난 종교박해가 일어난다. 국민 대다수가 불교신자임을 감안하면 몽골 공산당의 종교박해는 불교를 대상으로 한 박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산 정부의 박해 정책 결과, 몽골의 수많은 승려들이 학살되었고 강제이주를 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몽골의 승려 중 일부는 종교적 고향인 티벳으로 이주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몽골에서 티벳으로 이주한 승려들은 13년 후 또 다시 비극을 맞게 된다. 1949년 중국 본토에서 국민당 군대를 완전히 물리친 중국공산군이 전격적으로 티벳을 침공하였기 땜누이다. 

 

1951년 티벳이 중국의 한 자치주 수준으로 격하되면서 많은 슨려들은 다시 티벳을 떠나 인도로 피신하게 된다. 불교신자라면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들이 아닐 수 없다.

 

몽골에서 방카르라는 말은 티베탄 마스티프 계열의 개를 뜻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집을 지키는 개”를 통칭하는 경향도 있다. 그 만큼 이 개는 몽골에서 보편적으로 보급된 것 같다. 

 

< 방카르, 사진: 파도님 블로그 >

 

방카르와 티베탄 마스티프는 동일한 혈통을 가지고 있는 형제견들이다. 또한 티벳불교의 수호자 역할을 하면서 주인의 집에도 도둑이 얼씬하지 못하게 하는 듬직한 개이기도 하다. 

 

방카르는 몽골 유목민들의 가장 소중한 재산인 양, 염소, 소 같은 가축들을 몽골늑대 같은 맹수들로부터 지켜내는 역할도 한다. 사자에도 맞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진 방카르를 키운다면 몽골늑대들도 감히 그 집의 양이나 염소 같은 가축들을 탐하기 어려울 것 같다.      

Viewing all 606 articles
Browse latest View live


<script src="https://jsc.adskeeper.com/r/s/rssing.com.1596347.js" async> </script>